머리말

 

  

  인간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로부터 이 세상에 파견되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요즈음, 그리고 2000년대를 계속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인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대전환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밀레니엄(천년대)이 교차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와는 결코 비교할 수도 없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컴퓨터, 인터넷 등 첨단의 장비를 통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각종 홍보 수단과 교통 수단의 발전으로 지식과 물자를 교환하고 교류하는 데 있어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늘날 이렇게 각 부문에 걸쳐 전문화되고 세계화되어 가는 추세 속에서 인간의 물질적 욕구와 지식·정보에 대한 추구는 점점 더 용이하게 충족되어 갈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각 시대 시대마다 인간의 노력과 능력에 따른 문명과 문화적 선물을 주셨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 등 여러 다양한 부문의 발전들은 바로 우리 시대에 내려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과 선물들이다. 하느님의 선물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용할 때 구원에 유익이 된다. 반대로 그것을 하느님의 뜻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구원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천년대가 교차하는 역사적 대전환기에 '역사를 통하여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은총이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가 가톨릭 선교와 신자들의 신앙 교육을 위해 정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운영하고 있는 평화 방송(채널 33)에 출연하여 가톨릭 방송의 기본 바탕이 되는 「가톨릭 교리」 강좌를 맡아 진행하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여러 차례에 걸쳐 권유와 격려를 해주신 박신언 사장 신부님, 그리고 방송 제작을 위해 애쓰신 스텝들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나의 미숙한 강의를 성의 있게 들으셨던 이태원, 암사동, 화곡 본동, 공항동 본당 등에서 방청객으로 참여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뿐만 아니라 강좌를 TV를 통해 기쁘게 시청해 주시고 여러 가지 반응과 조언을 해주신 많은 시청자들께도 감사드린다.

TV 방송 출연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의 경우엔 더욱 그러하였다. 방송 출연을 하고 있을 당시, 본인은 가톨릭 대학교에서 교목실장의 직책을 수행 중이었으며, 또한 종교학과 교수로서 일주일에 13시간(평 교수의 책임 시수는 10시간임)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년 거의 의무적으로 연구 논문을 써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에 출연하고 「가톨릭 교리」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이었다. 1998년 10월 26일부터 1999년 4월 18일까지 6개월간이었다. 총 125회 출연했으며 1회부터 60회까지는 20분씩, 그리고 61회부터 125회까지는 30분씩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각 회마다 하루에 세 번 방영했으며 일요일에는 일주일분을 종합하여 방영하였다. 그리고 1회부터 80회까지는 본인이 이미 몇 년 전에 가톨릭출판사에서 펴낸 「5분 명상 교리」(1995년 초판, 1996년 12월 31일 재판 3쇄)를 교재로 그 순서에 따라 진행하였다. 이 교재는 「가톨릭 신문」에 1991년 대림절부터 1993년 7월 25일까지 연재한 '현대인을 위한 교리' 시리즈를 묶어 출간한 것이었다. 대략 5분 정도 명상할 분량으로 기술된 것이었기에 TV 방송에서는 교재의 내용 외에 더 많은 부분이 보충되어야 했다. 그리고 81회분부터 125회분까지, 즉 45회분은 새롭게 준비해야 하였다. 그런데 나의 꽉 짜여진 일정 속에서 이 45회분(각 편 당 30분 방영)을 작성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1999년 1월과 2월 겨울 방학 두 달간은 이것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여야 했다. 방학이라고 해서 쉴 수도 없었으며, 거의 매일 원고를 작성하고 다듬고 참고 서적을 뒤적이는 일로써 날이 기우는 때가 많았다. 그리고 금요일마다 방송국에 가서 일주일분을 녹화하였다. 이러한 작업의 어려움을 이해하시겠지만 생각해 보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필자를 위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TV에 나온다 해서 '화면을 잘 받는다'고 칭찬해 주기도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TV에 더 좋은 인상으로, 더 좋은 강의가 되도록 하기 위해 신경을 더 써야 했다. 생각해 보자. 위에서 말한 대로 강의, 교목실 활동, 논문을 쓰면서 동시에 6개월 동안 토요일과 일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한 주제씩 바꿔 가며 평균 25분씩 방송 강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동안 '나는 정말 불쌍한 사람'이라고 내가 나 자신에게 수없이 그 말을 하며 피곤함 속에서 나 자신을 위로하며 견디어 냈다. 이제 이 정도로 나의 불쌍하고 고달팠던 넋두리를 마치고, 이제 그 노력과 고통이 결실을 맺어 두 권의 책으로 출간하게 되니 감개 무량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격언이 나에게 주어진 말이 되었다.

가톨릭출판사 사장으로 있는 동창 홍문택 신부는 쉽고 재미있는 교리책을 정열적으로 펴내고 있는데, 나의 고통 어린 결실을 보며 기꺼이 책을 출판해 주기로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원고의 내용과 주제들을 재조정하여 한 권은 「구원하시는 하느님」, 그리고 다른 한 권은 「역사 안의 하느님」으로 제목을 정하였다.

이 책들은 필자가 몇 년 전에 쓴 다른 책들과도 연관성을 갖는다. 「구원하시는 하느님」과 「역사 안의 하느님」은 「5분 명상 교리」(1995년 초판)의 책 스타일에 따라 "현대인을 위한 교리" 시리즈 형식과 연결되며, 또한 「세상 속의 하느님」(가톨릭출판사, 1997년 초판)과는 "하느님" 시리즈 형식으로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방송 강좌 진행의 어려움 끝에 산출된 이 두 책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이요 은혜라고 생각한다. 「5분 명상 교리」에서 다 다루지 못했던 것으로서 현대인들이 동시에 계속 그 의미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진실을 파악하고 싶어하는 '하느님의 존재'와 '인간의 구원', 그리고 '역사 안의 하느님'은 어떻게 존재해 오시며 인간을 구원하시는가에 대한 시대를 거듭하며 되묻는 신학적·교리적 문제들을 밀레니엄이 교차되는 시기를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종교인으로서 나름대로 이해한 것을 소박하게 현대인들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가톨릭 교리'는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 탄생 때부터 구약 성서에 제시된 하느님의 계시와 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하늘 나라에 대한 계시와 가르침, 행적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배우고 함께 생활을 했던 사도들의 가르침, 그리고 역사 안에 형성된 교회 전승들을 그 원천으로 삼고 있다. 가톨릭 교리는 그 근본 교리는 변함이 없으나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는 그 시대의 언어와 배경 속에서 토착화된 교리로서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뜻에서 인간을 역사 안에서 구원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교리 이야기를 소박한 마음으로 한번 귀를 기울여 주시도록 감히 초대하고자 한다.

 

2000년 대희년의 기쁨 속에,

가톨릭 대학교에서 김웅태(요셉) 신부